top of page


가담항설 어린이날 합작
[글] 갑연+암주 (2/7p)
비닐봉다리
내 동생은 부잣집의 첩으로 팔려갔다.
내 동생은 본처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팔려간 동생의 몸값으로 받은 돈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의술사가 되기 위해 동생의 시체를 해부했다.
죽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죽고 싶기도 했다. 살아가는 것이 힘겨우니 죽는 것이 낫겠다 싶으면서도 힘겨움을 벗어난 삶을 얻고 싶어서 어떻게든 살아보고 싶었다. 시작은 이미 잘못되었고,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으니까. 삶의 끝자락만큼은 내가 쥐고 싶었다. 더는 삶이 비참하지 않았으면 했다. 비참하지 않기 위해서 비정해져도 상관없었다. 인정(人情)을 잃고 그릇된 수단을 사용해야 하더라도 내가 선택권을 가질 수만 있게 된다면, 더는 망설여서는 안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태어났을 때처럼,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기생이 된 동생을 이용했다. 동생은 왕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쫓아온 군관들을 모조리 죽였다. 더는 장사임을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살아갈 방법을 터득했다.
불공평한 삶의 굴레에서 불공평함을 누리는 건 생각보다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삶은 어느 누구에겐 자비롭고 평안했으나 모두의 해당사항이 아니었으므로, 그 무자비함에 순응하자 여태까지 손에 쥐어보지 못했던 수많은 기회들이 절로 생겨났다. 과거의 어느 날들은 그저 씹어 삼킬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살아남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더라.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