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담항설 어 린이날 합작
[글] 홍화 (1/3p)
안가
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여상한 목소리에 고개를 든다. 목을 뒤로 한참 젖혀야만 올려다 볼 수 있는 이의 얼굴이 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뭐가 다행인데요?’
물으니 대답이 없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가볍게 혀를 차고 내 팔을 붙들었다.
‘어머니는요?’
저 집에 가야 해요. 다급하게 몸을 버티고 서자 한 번 더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가시게 되었네. 나는 몇 번 쯤 들어보았던 그 말을 기억해 내고는 더욱 몸을 긴장시키고 두 발에 힘을 주어 자리에 버티고 섰다. 성가시게 되었다는 뜻은 누군가가 내 의지를 완전히 꺾겠다는 뜻이었다.
‘어머니는 무슨…, 네 어미가 너를 사당패에 직접 팔았어.’
힘 빼지 말고 따라오기라도 하라는 말에 오기로 버텼다. 싫어요. 안가겠다는 말까지 하고 형형한 눈으로 주변에 선 이들을 노려보았다.
‘이래서 장사들은 번거롭다니까.’
예민한 오감이 끊임없이 경고하는 것을 느꼈다. 도망치라는 신호가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발을 움직이는 순간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을 가로막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또, 꿈이다. 지나치게 생생한 꿈 탓에 온 몸이 식은땀에 절어 있었다. 잠기운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뻐근한 몸을 두드리며 몸을 일으키니 아무렇게나 늘어져 자고 있는 두 사람과 눈을 껌뻑이고 있는 한 명이 있었다. 아니지, 한 명이 아니라 한 개인가?
“홍화씨, 아파?”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를 본 이가 ‘아프지 마.’ 하며 내 걱정을 해왔다. 나는 가볍게 뒷목을 주무르며 잔잔히 달빛이 쏟아지는 방 밖으로 몸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