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담항설 어 린이날 합작
[글] 홍화 (2/3p)
안가
“어디 가?”
“잠깐, 산책.”
납득이 되기라도 한 듯 조용했다. 개돌이랑 놀아주고 있어. 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서늘한 바람이 피부 위를 스쳤다. 재수 없어서 죽거나 사당패에 팔아넘겨진다는 장사로 태어나 여기까지 왔다. 나는 내가 걸어온 무수한 발걸음을 세어보지 않아도 내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이따금 환청과 같은 소리들이 들려온다. 꿈의 연장선과도 같았다. 장단에 맞춰 장구를 두드리는 소리부터 꽹과리 소리와 북소리,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소리까지. 제멋대로인 듯 일정하고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들이 차차 소강되고 나면 또렷하던 시야가 흐려지며 뿌옇게 흐려진 눈앞에 볼품없이 작은 아이의 모습이 나타난다.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르며 결계를 두드리는 아이를 무표정한 얼굴로 내다보고 있으면 인기척을 느끼기라도 한 듯 결계 안에서 고개를 휙 돌리는 얼굴과 눈을 마주친다. 날카롭고 형형한 눈빛. 타오르는 녹안에서 나는 짙은 외로움과 낯익은 두려움을 느낀다.
아이는 내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머지않아 고개를 돌리고 결계를 두드려 댄다. 내보내 줘, 내지는 꺼내달라는 말일 것이 분명한 그 외침을 어림 짐작하다보면 아이는 지치기라도 한 듯 흥미 잃은 얼굴로 바닥에 무언가를 적어댄다.
불분명한 형태의 그것은, 추측하건대 글자일 것이다. 나는 기억을 되짚어보며 아이의 행동을 가늠해본다. 그러면 어느새 환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여전히 떨쳐내지 못한 꿈과 환상의 오묘한 경계 속에서 거닐어 본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선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감정을 가진 나였지만 여전히 낙인처럼 새겨진 어린 날의 강렬한 순간에 사로잡혀 있다.
내가 살아있는 것인지, 정말 살아서 나아가는 것인지 모호한 순간마다 절망과 외로움을 상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