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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화 (3/3p)

​안가

   “홍화씨.”

   아,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 얼굴을 확인했다. 어둑해진 숲 사이로 비추는 옅은 달빛에 상대의 얼굴이 드러났다. 걱정이 한가득인 얼굴이 나를 바라본다.

   “깼어요?”

   “잠이 안와서요.”

   거짓말. 알고 있었지만 굳이 걸고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를 빗겨나가는 시선 끝에 흐릿한 환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것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어때요?”

   “뭐가요?”

   “살아 있는 거요.”

   음, 으음. 말주변이 없는 그는 한참동안 말을 고른다. 그 짧은 사이 나는 몇 번이나 더 풍물 소리, 사람들의 호응과 질타의 소음 속에 갇힌다.

   “사실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가요.”

   “그렇지만…, 아직 죽고 싶지는 않으니.”

   여전히 요란한 소리들이 귓가에 울렸다. 쾅, 쾅. 연달아 아이가 결계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때는 무슨 생각을 했더라?

   “….”

   “살아보면 알지 않을까요.”

   누군가 귀를 단단히 틀어막기라도 한 듯 고요하다. 나는 환상을 빠져나가 듯 결계 밖으로 뛰어나가는 아이의 형상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린다. 그렇죠. 웃음이 났다. 밤의 달빛이 영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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