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담항설 어 린이날 합작
[글] 갑연+암주 (7/7p)
비닐봉다리
이대로 너를 보냈다는 걸 알았다면 너는 나를 원망했을까. 원망할 수 없을 것이다. 네게 주어진 환경은 한없이 불공평했고, 편파적이었으며, 그 한계가 너의 과거를 잡아먹었을지는 몰라도 결국 너를 무한한 성장으로 이끌었으니. 그저 거기에 안주했다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너는 어느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나의 마지막 말을 들었던, 듣지 않았던 간에 당신은 치열하게 살아남아 나를 찾아냈다. 당신이 찾아내지 못한 어딘가의 나는, 아직까지도 현실에 쫓기며 정처 없이 떠돌고 있겠지. 그저 살아남은 것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에 비해 올바르게 살지 않아도 여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무나 흔했다. 어느 누구를 탓하기엔 모든 것이 잘못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세상을 내던지기엔 겪은 수모와 불행이 많았고, 더는 그 무게에 짓눌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선택은 아무 의미가 없으면서도, 가장 큰 의미를 띄었다. 내버려 둔 이기심이 나를 구했고, 순간의 호기심이 나를 살렸다. 선택하지 않아도 선택이 되는 것도, 선택인지 모른 채 선택한 것도, 종착지는 하나였다. 설사 한순간의 꿈에 불과했더라도 상관없었다. 서로가 유일하니까. 그거면 충분해.
천재적인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우리는 바뀌지 않았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순간에, 다른 시간을 건너, 같은 생각을 했음에도, 다른 선택을 했고, 결국엔 같은 우리였다.
앞으로도, 우리에겐 서로가 필요하다.
나에겐 지금의 네가 필요해.
너에겐 지금의 내가 필요한 것처럼.